‘전기료 0원’ 4만8000원 비데로 수출 대박낸 한국 중소기업..

많은 아이디어가 발상의 전환이나 우연에서 시작되지만, 상품으로 시장에 나오려면 부단한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은 엄두내기 어려운데요.
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견본이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수압을 활용해 물이 나오는 모습./와코코퍼레이션>
 

기존 제품의 불편 요소를 없애거나 개선하는 데서 시작하는 사업이 많다. 와코코퍼레이션이 개발한 ‘무전원 수압식 비데’는 기존 전자식 비데와 기계식 비데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은 보완한 제품이다.
아시아·유럽 등 60개국에 진출했다.
인기를 발판으로 작년 12월 국내 판매도 시작했다. 신용성 와코코퍼레이션 대표의 신개념 비데 개발 노트를 엿봤다.

 

◇평균수명 30세도 안되는 나라 보며 정수사업 결심

신 대표가 개발한 ‘봅슬레이 무전원 수압식 비데(봅슬레이 비데)’는 전기 없이 수압을 이용한 비데다. 기존 비데는 전기를 공급해야 하는 전자식이다. 반면 봅슬레이 비데는 전기를 쓰지 않아 전기료가 들지 않고,
물이나 화재로 인한 고장 염려가 없다.

수도관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수도꼭지를 열어 물이 나오게 하는 것과 같은 작동 원리다. 온수관에 연결해서 온수도 나오게 할 수 있다. 수돗물과 배합을 통해 수도꼭지처럼 온도 조절이 가능하다.
노즐 세정 등 비데에 있어야 할 기능은 다 갖췄고, 복잡한 전기 장치가 없어 4만원 대 저렴한 가격을 실현했다. 전기를 쓰지 않기 때문에 전기료도 들지 않는다. 설치 뿐 아니라 이사 때 분리 후 가져가는 게 간편해서,
자주 이사를 다니는 1~2인 가구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온라인몰(https://bit.ly/3AVPfUY)에서 한정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봅슬레이 무전원 수압식 비데, 장착 전 모습. /더비비드>

 

대학 졸업 후 28살 때부터 수출입 업무를 했다. 20년 간 일하며 수출 관련 정보는 빠삭하게 알게 됐다. 퇴사 후에는 정수 관련 중소기업에서 임원으로 1년 간 일했더니 물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됐다. 이 정도면 ‘내 사업’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상수도 시설이 잘 돼 있어서 수질이 좋고 물 공급도 원활하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들이 더 많습니다. 어느 국가의 한 마을은 평균 수명이 30세도 안되는데, 수질이 안좋아서 그래요. 그런 국가를 대상으로 정수 사업이 유망하겠다 싶었어요.”

 

◇’봅슬레이 무전원 수압식 비데’ 개발노트

2003년 창업 후 정수기와 비데 수출 사업을 했다. 한동안 문제없이 잘 수출을 했는데, 어느날 비데 디자인이 이상해 보였다. 관성적으로 쓰던 기능도 불편하게 느껴졌다.

1. 기존 제품의 단점에서 출발하라

보완해야 할 기능과 개선해야 할 디자인부터 정리했다.

“기성 수압식 비데는 완성도가 많이 떨어진다고 느껴졌어요. 전자식보다 수압식 비데가 시장규모가 작거든요.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려는 노력이 덜한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수압식을 찾는 구매층은 확실했습니다.”

기존 제품의 불편한 점부터 노트 위에 써내려갔다.

“기존 수압식 비데는 노즐이 하나에요. 신체구조상 여성은 노즐이 하나 더 필요한데, 그 점을 고려한 제품은 없었어요. 또 전자식은 노즐 청소기능이 있는데 수압식은 없었어요. 이런 부분만 개선해도 훨씬 좋은 반응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2. 그동안 쌓은 경험을 제약없이 발휘하라

처음 제조업에 발을 들일 경우 공장 찾는 데 애를 먹는다. 신 대표는 아예 제조 공장을 차리기로 했다.
2007년 경기도 포천에 비데 제조 공장을 세웠다.

“시장에서 유통되던 수압식 비데를 OEM(주문자가 요구하는 제품과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생산하면서 제조·생산 원리는 빠삭하게 알고 있었요. 그동안 보고 배운 걸 쏟아부었죠.”

20년 간 한 수출입 업무 노하우도 십분 발휘했다.
“알리바바나 글로벌 소스 닷컴 같은 전자 상거래 업체를 이용해 어렵지 않게 해외 바이어를 구했어요. 보통 창업을 하거나 어떤 제품을 만들 때 ‘완전히 새롭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데요. 기존 지인과 환경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3. 제품명은 직관적인 단어로 표현하라

조악한 디자인도 기존 수압식 비데의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어떻게 디자인을 개선할까 고민하다 일상 속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2007년 동계올림픽이 열렸어요. 그때 봅슬레이 경기 중계를 보다 무릎을 탁 쳤어요. 봅슬레이 썰매가 마치 총알 같아요. 여기서 영감을 받아 비데 버튼을 봅슬레이 썰매처럼 원통형으로 만들었죠”

이름도 내친 김에 ‘봅슬레이’라고 붙였다. “그냥 ‘무전원 수압식 비데’보다는, 들었을 때 좀더 직관적이길 바랐는데 디자인 영감도 얻었겠다, ‘봅슬레이’가 딱이더군요. 봅슬레이 속도가 굉장히 빠르잖아요. 수압식 비데도 물이 좁은 통로를 빠른 속도로 통과할 때 생기는 수압을 활용하는 거니까 잘 어울리더라고요.”

4. 작은 개선이 큰 효용을 가져올 수 있다

공장을 세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비데 제조에 들어갔다. 기존 수압식 비데와 달리 노즐을 2개로 만들고, 전자식에만 있던 세척기능을 추가했다.
“작은 개선처럼 보여도 소비자에겐 큰 효용을 줄 거라 확신했습니다. 전기료가 들지 않는다는 점도 크게 평가받는 장점입니다.”

베르누이 원리를 활용해, 수도관에서 나온 물이 비데 속 좁은 관을 통과하면서 속도가 빨라지도록 했다. 전자식 비데 못지 않은 얇으면서 힘있는 물줄기를 실현했다.

모델은 2가지로 만들었다. 냉수만 쓸 수 있는 제품, 냉·온수 겸용 제품이다.
“양변기 아래 냉수 수전을 비데의 밸브와 연결하면 됩니다. 냉수로만 사용할 수도 있고, 온수를 원한다면 세면기 아래 온수 수전에 다른 밸브를 연결하면 온수까지 이용할 수 있어요.
온수를 원한다면 겸용 모델을 구매하면 됩니다. 냉수와 혼합해서 수도꼭지처럼 온도 조절이 가능하죠. 설치가 간단해서 주부도 손쉽게 할 수 있습니다.”

5. 처음부터 해외를 공략하라

전자식 비데보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처음부터 해외를 공략했다.
“제조 공정상 4만원대면 충분했습니다. 전자식은 최소 10만원대를 훌쩍 넘고 유명한 브랜드면 30만~40만원대에 달해요. 그러면서 전자식은 전압 문제로 수출이 어렵고, 관세까지 붙으면 가격이 더 뛰죠.”

기성품처럼 대량생산해 재고를 쌓아두지 않고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소량생산 하는 방식을 택했다.
“개별소비자에게 판매를 하는 게 아니라, 해외 기업이나 기관에 B2B로 판매하기 때문에, 재고관리 측면에선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생산하는 방식이 좋습니다.”

6. 제대로 만든 제품이라면 먼저 연락이 온다

연간 5000개씩 꾸준히 팔린다. 해외에선 봅슬레이 비데를 따라하는 제품도 생겼다. 인기가 좋으니 국내에서 찾는 곳도 늘었다.
국내에선 온라인몰(https://bit.ly/3AVPfUY)에서 한정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최근엔 ‘언더싱크 정수기’도 개발했다. 주방 싱크대 밑에 필터를 설치해 사용하는 정수기다. 특수 구조로 설계한 정수층이 중금속 등 잔류 유해물질을 흡수한다.

직장 생활로 20년, 사업가로 18년을 살았다. 오랜 사회 생활을 하며 깨달은 건 ‘꾸준한 자를 이기는 자는 없다’는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회사 생활 접고 아무것도 없이 창업 전선에 뛰어 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원문기사: https://www.chosun.com/economy/startup_story/2022/04/16/CHT6OQ24H5HGPMCGRTLAEVE7HQ/